올해 들어 첫 회고글을 언제 작성할지 참 고민이 많았다. 사실 회고글을 쓸 만큼 커다란 이벤트나 깨달음이 있어야 쓰게 되는데 너무나도 차가운 취업 시장으로 인해 겪은 여러 번의 좌절로 인해 글을 쓸 마음이 잘 들지 않았다.
인생 첫 번아웃
작년 12월부터 시작해 어느덧 5개월 차에 접어든 취준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발을 시작한 이례로 5년 만에 처음 번아웃이 온 것 같은데, 요즘 들어 무기력증을 너무나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오히려 불안함을 느낀다. 밤을 새워 코딩할 때 즐겁고 새로운 문제를 마주할 때 희열을 느낀다.
우테코가 끝나자마자 Yapp을 한 것도 단 한순간이라도 쉬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Yapp도 기수가 끝났고,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 중이긴 하지만 특별히 피처를 개발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고 있다. 함께 개발한 페어 또한 취준으로 매우 바쁜 상황이라 코드 리뷰를 받기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려 별도의 리뷰 없이 셀프 머지를 하고 있다.
혹자는 그러면 취업 준비를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면접 준비도 세네 달 동안은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지만, 다섯 달째가 되니 너무 지치고 힘들더라...
그렇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고 특히 밤이 너무 힘들었다. 밤을 새워 공부하거나 작업해야 마음이 편한데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 너무 괴롭고, 잠을 자려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인지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되어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지고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습관이 생겨 체중도 3킬로나 늘어나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취준 스트레스였다.

이렇게 살다가는 건강을 다 버릴 것 같아 평소 좋아하던 풋살을 다시 시작했고 새로운 취미로 러닝을 시작했다. 우테코를 시작하기 전엔 하루에 풋살을 두 탕 뛰거나 일주일에 최소 4번은 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우테코를 하면서 딱 한 번밖에 못했다. 그 한 번마저 다리를 다쳐 3주간 절름발이 신세를 졌다... 그렇다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체력이 쓰레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너무 떨어져 있더라...
한창 했을 땐 플랩 레벨도 아마 5까진 갔어서 나름 나쁘지 않은 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두 단계나 떨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레벨을 올리려고 이 악물고 했을 텐데 요즘엔 그냥 안 다치고 하는게 최고다. 괜히 다쳐서 운동도 못하게 되면 무기력증이 아니라 우울증이 걸릴 수준이니...
취준회고
지금까지 약 30개의 기업에 지원했고 5번의 서류 합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션 이력서부터 시작해 8번의 이력서 수정이 있었고 각 버전마다 이전 면접에서 느낀 것들을 토대로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첫 면접을 보면서 개발자로서 내가 가진 기본기가 굉장히 부족한 것을 느꼈다. 면접 질문 중 "코루틴은 어떻게 Context Switching을 최적화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 질문을 통해 나는 단순히 코루틴은 경량 스레드다라는 것만 알았지 왜 경량 스레드인지는 알지 못했고 고민해 볼 생각조차도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Computer Science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OS의 매력에 빠져들어 학부 시절엔 눈길도 주지 않았을 공룡책을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두 번째 면접은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회사에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모두 퇴사해 혼자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특히 면접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나를 평가하는지 모를 질문들만 받아 내겐 맞지 않는 회사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떨어지게 되었다.
이때쯤부터 점점 마음이 조급해져 눈을 낮추고 아무 회사나 가자고 생각했다. 제이슨이 말씀해 주신 나만의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를 찾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세 번째 면접을 본 회사는 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거니와 면접 경험이 굉장히 별로였다.
안드로이드 리드분의 면접 태도는 이 사람과 일하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싶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회사에선 Compose를 사용할 계획도 없으며 연봉도 3천만 원으로 매우 낮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간절했기에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2차 임원진(컬처핏) 면접까지 갔으나 떨어지게 되었다. 여담으로 몇 달 뒤에 이 회사에서 같은 공고가 올라왔지만 지원하지 않았다.
네 번째 면접은 지난 5번의 면접 중 가장 아쉽고 후회되는 면접이었다. 면접을 통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들 정도였으니.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면접이 가장 최악의 컨디션으로 봤던 면접이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내 태스크가 밀려 배포 일정이 밀리게 되어 면접 당일 새벽 4시까지 작업하느라 2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
면접을 가는 길에 너무 피곤해서 편의점에서 핫식스를 한 캔 원샷 때리고 면접에 들어갔으나 면접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답변을 너무 못했다. 취업을 위해 프로젝트를 하는 건데 프로젝트를 하느라 면접 준비를 못하다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감자 스터디 친구들 한태 이 이야기를 해주니 온갖 조롱이 돌아왔다.
나도 알아 안다고... 흑흑 ,,,
마지막 면접은 지금까지의 내 개발 가치관을 완전히 흔들었다. AI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동안의 면접에선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이미 회사에선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AI가 작성한다는데 그동안의 내 개발 가치관과는 정반대였다.
나는 순수한 내 실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근엔 AI를 지양해 왔다. 하지만 회사에서 더 이상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반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지양하고 AI가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게 요즘에 유행하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더라.

그러면서 나만을 위한 부하 직원들을 만들게 되었다. SkyDoves님의 DoveLetter MCP를 활용해 코드 리뷰를 해주는 리뷰어, 실제 기능을 구현하는 직원, Macrobenchmark 같은 다양한 성능 측정 도구들을 활용해 성능을 분석해 주는 직원, 테스트 코드를 전문적으로 작성하는 직원, 작업 결과물을 토대로 PR을 만들어주는 직원 등등을 구성해 나만의 작은 팀을 꾸렸다.
아직 말을 잘 안 듣는 신입 직원들이라 가르칠게 많지만 나름대로 AI를 활용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다.

이후 현재 개발 시장의 AI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두 번의 AI 컨퍼런스를 참여했다. 선배 개발자분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개발자는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만드는 것은 AI의 역할이다.
그동안 내가 개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감, 그리고 이 작고 큰 경험들이 쌓여 성장해 나가는 나 자신을 보며 나의 목표, 나의 삶 그 자체인 개발을 너무나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AI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수행해 낸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개발자는 이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애초부터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개발자를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다시 일어나기
이런 고민들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취준 스트레스로 점점 무기력증이 극에 달해갔을 무렵 우테코 6기 선배 올리브의 글을 보게 되었다. 올리브의 회고글을 읽고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중 가장 나의 마음을 울린 글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장기적으로 건강한 취준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루동안은 노트북을 펼치지 않고, 일찍 일어나 장을 보러 나갔다. 스스로를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었고, 방을 깨끗이 청소하며 복잡한 마음도 다잡으려 노력했다. 천천히 다이어리를 쓰면서 내 감정을 들여다봤다.
취준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적/금전적/심리적 여유가 줄어들어서, 좋아하는 취미나 여가를 온전히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취업만 하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행복을 미래로 계속 유예하게 된다. 하지만 미래에도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미래만 바라보다 보면 지금의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의식적으로 나를 돌보는 하루를 보내며,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람이 되려 했다.
이 글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너무나 같았다. 나 또한 취준을 떠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지고 있는 지경이었으니,,, 나는 재작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드로이드 개발을 공부해 왔다. 매번 부트캠프를 들을 때마다 도저히 알바와는 병행할 수 없는 스케줄로 인해 금전적인 압박을 받아왔고 이는 심리적인 압박으로도 이어져왔다.
사실 취업이 급한 가장 큰 이유도 금전적인 압박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취업을 하면 이 금적적인 압박에서도 벗어나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리브의 글을 읽고 나니 이 또한 막연한 미래에 대한 잘못된 환상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지금의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나를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이라고 되새김하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장 일어나 앞으로 달리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만 했다.
그래서 잠시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하루는 아침 러닝 저녁 풋살을 했다. 덕분에 종아리와 체력이 탈탈 털렸지만 오랜만에 하루를 운동으로 채우니 너무 즐거웠다. 나.. 생각보다 아직 죽지 않았을지도?

또 하루는 평소 가고 싶었던 라멘집을 갔다. 평소 유튜브에서 즐겨보던 라멘 괴인 웅성과 카라미의 영상에서 자주 본 연남동의 소바하우스 멘야준이라는 가게였다. 인생 첫 쇼유라멘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너무너무 맛있는 한 끼였다. 영상에서만 보던 멘야준 사장님도 실제로 보니 연예인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저녁엔 하쿠텐이라는 가게를 가고 싶었지만 다이어트 중인 관계로 다음을 기약했다. 식사 후엔 홍대의 서브 컬처 굿즈샵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무려 MAPPA 팝업 스토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온전히 나를 위한 날을 보내고 나니 한츰 머리가 맑아지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2026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
좋은 면접관 되기
뜬금없이 면접관이라니? 나는 IT 연합 동아리 Yapp에서 28기 운영진 및 Android 파트 리드를 맡게 되었다. 때문에 이번 기수 채용을 위한 서류 검토 및 면접을 하게 되었는데(방구석 숨 고르기 청년인 내가 동아리에선 면접관?) 지원자로 참여했을 때 보다 몇 백배는 더 부담이 된다.
내가 지원자일 땐 나만을 대표하면 되지만 면접관이 된 이상 어쩌면 면접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동아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 면접에서 면접관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일하고 싶지 않은 회사로 생각했던 것처럼 내 행동에 따라 면접관이 이 동아리를 오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8번의 동아리 면접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자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해 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연합 동아리 면접 중 메시업을 봤을 때 가장 편안하고 재밌었기 때문에 이때의 경험을 살려보려 한다.
컨퍼런스 개최
이번에 우테코 선배이신 산군께서 AI를 메인 주제로 컨퍼런스를 주최하셨고 감사하게도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AI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밋업으로 SYNC (Show Your New C-Worker) 라고 이름 지었다. 구성원은 나, 산군, 코비, 악어, 베르로 모두 우테코 모바일 안드로이드를 수료했다.
무엇하나 없이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며 빌드업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고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과연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지, 제대로 행사를 개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다.
GDG 행사에 Write 권한 요청하기
매번 Read Only로 참여하던 GDG 행사에 Write 권한을 요청드려볼 생각이다. 커피 심부름, 뒷정리, 쓰레기 청소 같은 사소한 일도 좋다. 어떤 일도 하는 Agent가 되어 용기 내볼 생각이다.
Read Only인 코틀린의 val 키워드처럼 그동안은 내가 기여할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deepCopy()를 사용하면 기존 운영진 분들의 리스트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내가 낄 수 있지 않겠는가 하하하
나 가꾸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취준이라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터널을 지치지 않고 달려 나갈 수 있다. 운동은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하게 되므로 목표를 정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러닝 목표는 하프 마라톤 정도로 잡으면 좋을 것 같다. 진짜 마라톤을 나간다는 건 아니고 21km 달리는 걸 목표로 잡아봐야겠다.
술...도 줄이긴 해야하는데 이건 진짜 여간 쉽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지금처럼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도피처로 삼는 일은 절대 금지해야겠다.
취업


